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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희망과 소통의 경전, 맹자》 윤재근 교수 인터뷰
작성일
2009-11-10
조 회
3168

"맹자는 의(義)의 책… 나를 바르게 하라는 정기(正己)가 핵심"

벽돌만큼 두꺼운 책 두 권을 합쳐 3448쪽. 동양고전 《맹자(孟子)》를 번역하고 해설한 책으로는 국내 최대 분량일 것이다. 1990년 장자(莊子) 철학을 풀어쓴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로 밀리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던 윤재근(尹在根·73) 한양대 명예교수가 지난 20년간 정진(精進)한 결과물이다. 윤 교수는 "중학생도 혼자 읽을 수 있도록 쓰려고 했다. 더 쉽게 설명하려고 200자 원고지 6만장 정도 쓴 것을 버리고 4차례 다시 썼다"고 말했다.

윤 교수가 펴낸《희망과 소통의 경전, 맹자》(동학사)는 단순히 원문을 번역한 책이 아니다. 우선 구성이 독특하다. 각 장(章)은 구절마다 '문지(聞之)'·'원문(原文)'·'해독(解讀)'·'담소(談笑)'로 나뉜다. '주목하라'는 뜻의 '문지'에서는 주요 문구를 뽑아 한글발음을 달았고, '원문'에서는 한문 원문과 발음을 달았다. '해독'에서는 원문을 문맥에 따라 해석했다. '편하게 나름대로 만나라'는 뜻으로 붙인 '담소'는 윤 교수가 가장 힘을 쏟은 부분이다.《맹자》첫머리에서 맹자가 양혜왕(梁惠王)에게 한 유명한 말은 '담소'에 이렇게 쓰여진다.

"王何必曰利(왕하필왈리) 亦有仁義而已矣(역유인의이이의) ▶임금께서[王] 다른 방책을 생각하지 않고 어찌[何] 꼭[必] 이익을[利] 말합니까[曰]? 오직[亦] 인의가[仁義] 있는 것[有]뿐이다[而已矣]."

윤 교수는 번역한 구절마다 해당하는 한자를 꺾쇠 속에 제시하고, 다시 구절이 그렇게 해석되는 이유, 시대적 배경, 다른 경전과의 관계 등을 자세히 해설했다. 위 구절을 해설한 부분만 2쪽이 넘는다. 한문 구문을 영문법 용어를 빌려 설명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以)는 〈以A〉처럼 전치사로, 또는 〈A以〉처럼 후치사 구실을 자유롭게 한다' '(한문은) 영어처럼 I(주격)·my(소유격)·me(목적격) 등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다'는 식이다. "한문 구조와 영문법은 70%가 비슷해요. 누구나 한문을 쉽게 접근하고 자독(自讀)할 수 있도록 권도(權道·임시방편)를 취한 것이죠."

윤 교수가 한문학자는 아니다. 윤 교수는 "어린 시절 일곱 가구밖에 없는 경남 함양의 화전(火田) 마을에서 이름 없는 훈장에게 9년간 한문을 배운 것이 전부"라며 "다만 좋아하니까 늘 곁에 두고 읽었다"고 했다. 서울대 영문학과와 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희대 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70년대 고등학교(서울 동성고)에서 영어 교사를 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내가 과를 많이 옮겨서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지만, 학문이란 잡종(雜種)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순종교배로 인문학을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서양학문 중심의 인문학 풍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선조들이 남긴 문적(文籍)을 모르면서 인문학하는 것이 가능하나요? 한국은 왜 서양 것만 하느냐고 외국학자들이 비웃습니다." 윤 교수는 또 "'해석(解釋)'이나 '요약(要約)'처럼 우리가 쓰는 인문 용어들은 대개 일본학자들이 만든 말이다. 일본 학자들은 동양의 인문용어를 정복했다고 쾌재를 부른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서 윤 교수는 '해석' 대신 '주역(紬繹)', '서문(序文)' 대신 '초술(初述)' 등 우리의 옛 용어를 의도적으로 썼다.

"맹자는 의(義)의 책입니다. '나를 바르게 하라'는 '정기(正己)'가 핵심입니다."
《맹자》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무엇이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윤 교수가 대답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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